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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홍 61

20211229 독일 생활 6개월

2021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큰 변화는 30년 넘게 살았던 한국을 떠나 해외에 온 것, 그것도 독일에 온 것, 6년 넘는 국내 직장인에서 독일 석사 유학생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 것. 작은 변화는 회사 다닐 때 겪었던 변화, 예상치 못했던 연봉 상승과 진급 기회, 친구들이 대부분 기혼자가 된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진학할 학교가 번복되고, 갑자기 포르투갈을 여행한 것, 방학 파트타임잡을 벌써 구한 것 등등. 독일에 오고 나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첫 달은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는데, 직장다니고 정신없이 살다가 독일에 와서 갑자기 하던 일이 없어지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꼈던 것 같다. 8월부터 학교 등록 준비를 하고, 9월의 절반은 여행으로 보..

왕십리홍 2021.12.29

20211219 발표와 토론의 연속

일요일인데 PT 준비하다가 하기 싫어서 잠깐 딴짓할 겸 쓰는 글..... 해외에서 경영학으로 석사를 하는이상 외국어로 하는 발표는 피할 수가 없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생각보다 자주 하는 것 같다. 우니 Uni 대학교에서 공부한 친구들과, 현재 공부하는 친구 얘기를 들었을 때는 교수님의 일방향 수업을 듣고 학생들이 말하는 빈도는 드물다고 들었다. 한 클래스가 100명 되는 대형강의로 진행되기도 하니 토론하기 어렵기도 하다. 반면 나는 실용교육 중심인 호흐슐레 Hochschule이고 소규모 클래스 (30명 미만) 이기 때문에 매 수업마다 토론이 포함되어있다. 고정적으로 포함된 토론은 소규모로 지난 수업 리뷰하고 내용을 짧게 발표하기, 케이스 스터디할 때 20~30분 만에 토론해서 결과 내고 5분 발표하..

왕십리홍 2021.12.20

20211119 독일인과 대화할 때 느낀 문화차이

지난 6월에 독일에 입국한 후, 첫 몇 달간 말수가 적었다. 다른 사람도 눈치 채고 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 물어봤을 정도이니, 지금 생각해도 그때 말수가 지금보다 정말 적었다. 그러나 말을 안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한국인은 한식당에서 만난 분과 학교 프로그램에 있는 친구 빼고는 반년동안 한 명도 못 만났다. 즉, 지금까지 항상 외국인 (주로 독일인) 들이랑만 이야기를 하고 지냈다. 당연히 처음에는 더 대화에 열심히 참여해보려고 했지만, 어쩐지 대화의 맥이 끊기는 느낌이 계속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일지 해결이 안 되니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 이유를 찾느라고 독일인들과 자리가 있으면 주로 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관찰했고, 나름..

왕십리홍 2021.11.20

20211118 독일 경영학과 석사 팀플 문화차이

독일 석사 과정 중에 적응이 안 되어서 고생하고 있는 점이 있는데, 바로 팀플 할 때 문화 차이이다. 어느 방식이 더 좋다, 나쁘다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정말 문자그대로 적응을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영 학사를 하면서 팀플을 1학기에 6개 이상 해본 적도 있고, 이후 세일즈/마케팅으로 근무해왔다. 때문에 국내에서 팀으로 일하는 건 적지 않게 해 보았고, 그 방식이 내겐 가장 당연하고 익숙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풍부한 국내 팀플 경험 때문에 독일에서의 팀플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국 팀플에서는 결과의 질이 업무분배의 형평성보다 중요하고, 독일에서는 그 반대인 것 같다. 우선 한국에서 팀플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역할마다 팀플에 있어서 중요도/기여도가 달랐다. 예를 들어, 팀장이 팀플의..

왕십리홍 2021.11.19

20211115 글쓰기는 나를 떠난걸까

사람마다 몇 가지쯤 그래도 타고난 소질이 있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가 천재 수준일 수도 있고, 그저 본인이 할 수 있는 많은 것 중 다른 것보다 그나마 조금 더 낫다거나, 덜 지루하게 느끼는 정도로 다를 수는 있지만. 내게 있어서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그런 분야였다. 특히 내게 글쓰기는 항상 큰 즐거움이자 자랑거리였다. 말하기를 시작한 건 또래보다 빨랐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놓친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시 단위 이상 논술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품했고, 대학교 갈 때도 논술 우수자였고, 매일 아침 출근 전에는 짧은 글이라도 쓰는 게 습관이었다. 글감은 무작위였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소재가 되어서 느낌 감상을 쓰기도 하고, 이번주, 올해, 혹은 그 이후 장기 계..

왕십리홍 2021.11.15

20211109 과정>>>결과

석사 이후 결과물을 생각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쓰는 글. 몇년 전 데이트를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충분히 회복된 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기저기 소개팅도 받고 여러 사람들과 만났다. 그런데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단발성 데이트 혹은 짧은 썸으로만 끝나버렸다. 그 때는 이유를 몰라서 답답했다. 딱히 부족한 부분도 없다는 자신(만)감도 있었는데, 왜 자꾸 연애로 안 이어지고 엎어지는지... 특히 장장 6개월을 썸인듯 연애인듯 만났던 사람과 "우린 사귀는 건 아닌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 사람을 좋아했던 마음 뿐만 아니라, 연이은 썸 실패가 더 나를 힘들게 했다. 그 뒤 "아..

왕십리홍 2021.11.09

211030 독일 석사 첫 학기 시작, 첫 달을 마무리 하는 후기

벌써 10월 마지막 주가 되었고, 석사 1학기의 첫 달이 지나갔다. 첫 수업 소감이라고 올린 게 불과 며칠 전인 것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몇 주 전에 써둔 후기를 보면서도 그사이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구나, 하고 감회가 새롭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달 뒤, 그리고 1학기를 끝낼 때쯤의 나는 지금과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2020년부터 첫 합격증을 받기까지 준비한 기간이 1년, 그리고 등록을 마치고 학교 확정이 되었을 때 드디어 독일 입시는 끝냈지만, 그건 외국인 유학생으로 새로운 삶을 위한 시작일 뿐이었음을 깨닫기 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선 생각보다 공부량이 많아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꾸준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 동안 나는 5과목을 듣..

왕십리홍 2021.10.30

211005 독일 석사 첫 학기 시작, 첫 수업 소감

드디어 기다려온 석사 학기가 시작되었다. 편도 2시간, 서울에서 천안 거리의 통학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집을 구할까 조금 앞이 깜깜 하지만 일단은 DB 정기권을 사서 부딪혀보기로 했다. 3개월 유지 후 해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1달쯤 통학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집을 구하려고 한다. 첫날 통학해봤을 때는 익숙해지면 해볼만 하겠다, 였지만 학기 중 과제나 시험이 겹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WG를 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아직 하루밖에 안 해본 통학이니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OT는 자율참석 이어서 우리 과 정원 중 반 정도만 참석했다. 가는 길에도 되지 않던 긴장이, 도착해서 OT 를 들으니 느껴졌다. 외국에서 사는 것도 처음, 공부하는 것도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OT는 1시..

왕십리홍 2021.10.05

210917 독일 석사 학교 확정 & 등록 완료

1 지망 학교에서 합격을 듣고 약 2주 만에 오늘 등록 Enrollment 이 확정되었다. 다른 부분이 빨리 진행되어서 길어야 1주일 걸리겠지, 했던 일인데 보험과 비자 확인하는 과정 때문에 길어졌다. 특히, 보험이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는데, 나는 만 30세 이상 학생으로 독일에서 공보험 (TK, AOK 등)을 가입할 수 없어서 사보험 (DR-Walter)에 가입해 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이 경우 공보험 면제서를 내라고 해서, 공보험사와 엑스파트리오에 정말 뻥 안치고 6번 넘게 이메일 & 전화로 요청을 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결국에는 집 가까운 공보험사에 방문해서 10분 만에 해결했다. 그들이 말한 지연의 원인은, 학교 측에서 보험 서류를 전자상 보내라고 하는데, 이 시스템이 이번 가을부터 시..

왕십리홍 2021.09.18

210908 독일 생활 3개월 차

어느새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한지도 2달이 다 되어 간다. 고작 2달이라기엔 많은 것을 하고 보냈고, 긴 2달이라기엔 아직 학기 시작도 안 한 새내기 외국인 학생이라 이곳에서 적응해나갈 일들이 많아 보인다. 차근차근 정리해서 누군가 독일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글을 써봐야지, 생각은 항상 했는데 더 늦어지면 그 생각마저 잊혀질까봐 간단히 2달에 대해서 써본다. 1. 독일에서 사는 나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두 달 전에는 혼자 슈퍼마켓을 가거나 어딘가 가서 일 처리하는 게 두려웠다. 해외여행도 혼자 다닌 짬빠가 있는데, 이상할 정도로 나는 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왕복 티켓을 끊어놓고 돌아갈 날, 돌아갈 곳이 명확하게 있지 않다는 부유감과 새로운 곳에 왔다는 두려움 같은 게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혼자..

왕십리홍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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