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11030 독일 석사 첫 학기 시작, 첫 달을 마무리 하는 후기

홍니버스 2021. 10.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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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들, 교수님과 함께 갔던 필드트립 중.

 

벌써 10월 마지막 주가 되었고, 석사 1학기의 첫 달이 지나갔다.

첫 수업 소감이라고 올린 게 불과 며칠 전인 것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몇 주 전에 써둔 후기를 보면서도 그사이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구나, 하고 감회가 새롭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달 뒤, 그리고 1학기를 끝낼 때쯤의 나는 지금과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2020년부터 첫 합격증을 받기까지 준비한 기간이 1년, 그리고 등록을 마치고 학교 확정이 되었을 때 드디어 독일 입시는 끝냈지만, 그건 외국인 유학생으로 새로운 삶을 위한 시작일 뿐이었음을 깨닫기 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선 생각보다 공부량이 많아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꾸준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 동안 나는 5과목을 듣는데, 그 중 3과목은 이론적인 수업이고 2과목은 팀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이다. 때문에 시작할 때 나는 이론 공부량이 그다지 많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호흐슐레 대학이기 때문에 우니 처럼 이론/연구를 많이 공부하진 않으리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첫 수업 후기에서 썼던 것처럼, 수업마다 강의량이 꽤 많고, 한번 내용을 놓치면 다음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이론 수업에서도 한 세션에 최소 2~3번의 토론이 있는데, 만약 지난 강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면 토론 참여도 어렵고, 결국 그 수업 자체를 허덕이다가 끝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바이사람 인지라, 굳이 리뷰하지 않아도 다음 수업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똑똑한 동기들도 있고, 그저 앉아서 토론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고 출석만 열심히 하는 동기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리뷰 없이는 다음 수업을 소화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는 건 지루해서 못하는 성격이다. 즉, 수업에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이전 수업을 리뷰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렇게 되니 2시간 수업을 소화하는 데 리뷰까지 합해 4~5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아직 첫 달이라 리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리뷰할 수 있을지 여러모로 시도해봐야겠다고 느꼈다. 

두 번째로, 수업 퀄리티에 대해서 만족스럽다. 

독일 석사 수업에 대해서는 학사 연장선상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석사' 만큼 난도 높지 않다는 분들도 계셨고, 어떤 분들은 정말 난도가 높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다. 내 생각엔, 학교 바이 학교, 프로그램 바이 프로그램 이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 하기 나름에도 달렸다. 

나는 우리 학교 프로그램 커리큘럼을 봤을 때 기대치가 높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과목명만 보았을 땐 학사시절 경영정보학과 수업과 겹치는 것들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과목명은 비슷한 게 맞는데, 내용은 학사 때 배운건 베이스고 그 위에 더 많은 이론과 케이스 스터디를 얹는 내용의 수업들이었다. 학사를 졸업한지도 반올림하면 10년이 되어가고 (반내림이 안됨...) 그래서 베이스 내용들이 가물가물한 사람이라 나는 더 수업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학사 졸업 후 바로 석사를 한다면 이보다는 덜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감사하게도, 교수님들께서 벌써 회사에서 일하시는 실무진을 섭외해서 세미나를 할 기회들이 있었다. 11월에도 예정된 기회들이 있어, 일방향적 이론 외우기가 아니라 실무에서 응용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때문에 1달 수업 한 후 석사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는, 수업 퀄리티가 어렵지만 흥미롭고, 프로그램 짜임새에 만족도가 높아서 더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세 번째로, 언어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학기가 시작되면 언어 공부를 별도로 할 시간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간이 없어도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 일상생활에선 요즘 영어가 주 언어로 내 생활의 95% 는 영어로 이뤄지고 있다. 3%는 엄마께 전화드릴 때, 친구들이랑 카톡 할 때 쓰는 한국어, 2%는 A2를 시작하면서 더 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독일어다. 

그래서 영어 석사 공부를 할 때 굳이 영어 공부를 따로 시간내서 하겠나, 이미 내 생활이 영어 베이스로 이뤄지고 있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우선, 강의 할 때나 논문을 읽을 때 영어 단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단어 공부를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시험 볼 때 서술형 답지를 쓰면서 영어 사전을 쓸 수는 없다. 나는 사전을 즐겨찾기 해두고 항상 모르는 단어를 찾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단어 외우기를 소홀히 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그런데 학기말 시험에서는 90분 동안 서술형 시험지를 써내야 하고, 그 사이 영어사전이나 문법책은 당연히 쓸 수 없다. 내용을 이해했어도 내가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결국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받게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지금 영어를 주 언어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들의 70% 이상이 독일인인데, 이 친구들과 독일어로 소통하기엔 내 독일어가 부족하다. 그래서 비록 독일어는 못하지만, 영어로 얘기하면 무슨 말이든 찰떡같이 통하는구나! 하는 수준으로 독어가 안되기 때문에 더더욱 영어 능력을 향상해야겠다고 느낀다. 

영어로 석사를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독일에 산다면 독일어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현지어를 배워야 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사람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본인의 삶이 더 편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는 영어공부와 독일어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영어는 거의 새로운 단어와 표현 공부, 리딩과 리스닝 감 유지, 독일어는 A2 레벨 스피킹과 라이팅 연습 공부 위주이다. 아직 많이 느리고 답답한 내 독일어도 어서 더 편해져서, 독일에서의 주 언어를 독일어로 바꾸고 싶다. 

그리고, 외국인으로, 마이너로서 해외에서 자리 잡는 다는게 정말 어렵다는 것도 느꼈다. 한국에서는 큰 고객사가 들어오라고 부를 때 빼고는 위축될 이유도 상황도 없었다. 그런데 독일에 와서는 부쩍 내가 알던 내가 아니고, 좀 더 내성적이고, 망설이고, 위축된 나 자신을 만나면서 놀라기도 했다. 독일에서 독일어도 못하면서, 독일 학생들과 교수님들 사이에서 수업 중 내 의견을 개진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등등. 


많은 생각과 경험이 거쳐간 한 달이었다. 이맘때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몇 년 후 기억도 안 날 마음들이지만, 그 때 2021년 10월을 돌아보면 맞아,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지 하고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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