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이후 결과물을 생각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쓰는 글.
몇년 전 데이트를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충분히 회복된 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기저기 소개팅도 받고 여러 사람들과 만났다. 그런데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단발성 데이트 혹은 짧은 썸으로만 끝나버렸다. 그 때는 이유를 몰라서 답답했다. 딱히 부족한 부분도 없다는 자신(만)감도 있었는데, 왜 자꾸 연애로 안 이어지고 엎어지는지... 특히 장장 6개월을 썸인듯 연애인듯 만났던 사람과 "우린 사귀는 건 아닌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 사람을 좋아했던 마음 뿐만 아니라, 연이은 썸 실패가 더 나를 힘들게 했다.
그 뒤 "아, 모르겠다."하고 연애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 번 볼지, 두 번 만나고 말지도 모르는 사이인데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데이트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 데이트부터는 무조건 연애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까 재밌게만 보내자. 라는 마음으로 나갔다. 무난한 커피 데이트 대신 안가본 곳, 안해본 활동들을 하면서 데이트를 했다. 첫 데이트에 보드게임도 하고, 등산도 갔다. 그렇게 결과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아무 기대 없이 만났던 사람과 3년째 만나고 있고 이후 미래도 함께 그리고 있다.
내가 만약 그 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대신 사귀는 관계로 발전하는 결과에만 집착했다면, 우리 관계는 그대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를 집착하는 여자로만 생각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결국 과정에 충실했더니 결과가 따라왔다.
과정도 결과도 흐지부지 되어서 후회에 사로잡히는 게 최악이다. 물론, 과정에 충실 한 것이 100% 원하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때도 종종 있었다. 첫 커리어 선택이 그랬고, 20대 초반의 연애들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독일 대학교 지원했을 때, GMAT 시험 봤을 때 등등.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던 결과로 이어 지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래도 역시 이런저런 미련에 발목 잡히지 않고, 툴툴 털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과정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재지말고, 일단 열심히 현재를 살아보자. 자꾸 마음을 바쁘게,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 말자. 단순하게 담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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