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11229 독일 생활 6개월

홍니버스 2021. 12. 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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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큰 변화는 30년 넘게 살았던 한국을 떠나 해외에 온 것, 그것도 독일에 온 것, 6년 넘는 국내 직장인에서 독일 석사 유학생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 것. 작은 변화는 회사 다닐 때 겪었던 변화, 예상치 못했던 연봉 상승과 진급 기회, 친구들이 대부분 기혼자가 된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진학할 학교가 번복되고, 갑자기 포르투갈을 여행한 것, 방학 파트타임잡을 벌써 구한 것 등등. 

독일에 오고 나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첫 달은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는데, 직장다니고 정신없이 살다가 독일에 와서 갑자기 하던 일이 없어지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꼈던 것 같다. 8월부터 학교 등록 준비를 하고, 9월의 절반은 여행으로 보냈고, 10월부터 석사 생활을 시작하여 때때로 스트레스받으면서 지내니 어느새 독일에 온 지 만 6개월을 꽉 채웠다. 

나는 독일에 온 것에 대해 정말 잘한 결정 이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동기부여받는 성향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해외로 온 것 자체가 재밌고 신나는 일이었다. 항상 3번째 언어를 배워야지 생각만 했는데 반강제로 독일어를 배우게 된 기회가 되어서 감사하다.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석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독일 문화와 독일인들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독일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의 여유가 너무 좋다. 저녁에는 당연히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좋은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첫 6개월이 쉽진 않았다. 특히 석사 학기를 시작하고 매 월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마주쳤다. 스트레스 받는 순간, 그 이유가 이 독일인 개인의 성격 때문인지, 독일의 문화인지를 외국인으로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도 스트레스였다. 새로운 언어, 체류허가증/비자 문제, 한국 친구들 무리에서는 멀어지고 독일에서는 가까운 무리의 친구가 없다는 것, 24시간 외국어를 해야 하는 피로감, 사고방식의 문화 차이, 마트를 제외하고 비싼 독일의 물가 (유로 자체가 원화보다 비싸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등등. 단점도 적자면 끝이 없다.  

독일에 간다고 했을때, 흔히 들었던 질문은 "독일은 어때? 한국보다 좋아?"였다. 내 대답은 항상 "글쎄. 맞을지 어떨지 모르지, 사람마다 다르니까. 근데 알아보려면 살아봐야 하잖아? 그래서 살아보러 가는 거야."였다. 지금도 나는 그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극단적인 경우 빼고 웬만큼 부유한 나라 중에 극단적으로 좋고/나쁜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더 잘 맞고, 덜 맞는 나라가 개인마다 다르고, 가장 잘 맞는 나라가 꼭 본인이 태어난 나라라는 보장이 없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더 행복한 사람이 있고,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태국에서 더 행복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독일 생활 6개월차 후기는, 나는 지금 독일에서 6개월을 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어서 행복하고, 앞으로 더 적응하게 될 2022년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힘차게 다시 과제의 늪으로...)

자연이 가까운 독일 생활. 답답할 땐 언제든 숲이나 호수에 갈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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