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퇴사하고 독일/국내파 문과생 독일 석사 유학

[국내파 직장인 독일 석사 유학] 0. 유종의 미, 논문 - 논문 작성 계획

홍니버스 2024. 1. 28. 06:23

이번 시리즈는 독일 대학교 석사의 마지막 과정이자 이 카테고리의 마지막 시리즈논문 작성이다.
작년에 논문 썼던 때를 회고해 보면, 일단 나는 어떤 과제든 주제선정이 8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일 대학교 석사 논문은 쓰기 전 주제 선정 및 지도 교수님 선정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막상 쓰는 시간 동안 논문 작성에 대한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논문을 쓰는 동안 구직과 결혼을 동시에(...)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른 일을 병행하느라 스트레스받고 피곤했지만 이건 논문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논문 작성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흘러갔고, 예상보다 조금 지연되긴 했지만 과정의 큰 변화는 없었다. 논문 심사 결과는 최고점인 1,0을 받고 끝냈다. 
부디 독일 대학교 석사 과정을 시작한 분들이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고 논문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라면서, 마지막 시리즈를 시작해 본다! 


논문 시리즈에서 다룰 내용들
A. 논문 작성 계획
B. 논문 주제 선정
C. 논문 연구 계획
D. 논문 지도 교수님 선정
E. 논문 작성
F. 논문 제출


A. 논문 작성 계획: 어디서? 대학교 or 회사?

독일 대학교 석사 논문을 작성하기 전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부분은 어디에서 논문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크게 2가지 경우가 있는데, 1. 대학교에서만 작성하는 것 2. 회사에서 작성하는 것이다. 이외 연구기관에서 작성하는 경우도 보긴 했는데, 주변에서 드물게 봤기 때문에 가장 많이 접해 본 2가지 경우에 대해서만 쓰고자 한다. 
우선, 대학교에서 작성하는 것과 회사에서 작성하는 것은 어떤 개념인지 이해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작성하는 건 학교 내에서 주제를 선정해서 교수님들과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고, 회사에서 작성하는 건 회사에서 석사 논문 작성 계약을 하고 급여를 받으며 논문을 쓰는 경우이다. 회사에서 석사 논문 작성 학생이 되는 데에는 3가지 정도 루트가 있다. 첫 번째는, 학교가 협력 관계인 회사들의 요청으로 대학교 내 게시된 주제에 지원해서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회사 자체적으로 회사 구직사이트 및 잡포탈에 석사 논문 작성 학생을 구하는 공고를 올리는 데 지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워킹스튜던트로 근무하던 회사 내에서 주제가 있다면 내부 지원하거나 애초부터 상사와 향후 석사 논문을 쓰기로 협의하고 일을 시작하는 경우이다.
논문을 대학교에서 쓰는 것과 회사에서 작성하는 경우 가장 큰 차이점은 1.논문 지도자 2. 급여 3. 논문의 실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 1. 논문 지도자

1. 논문 지도자에 대해서 먼저 써보자면, 일단 어디서 작성하든 논문을 작성할 때는 최소 2명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대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경우 이 2명은 재학 중인 학교 교수님들이 될 것이고, 회사에서 작성하는 경우 1명은 해당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e.g. 사내 해당 팀 직원, 해당 회사에서 박사과정 연구 진행 중인 직원 등)이 된다.
대학교에서 쓰는 경우, 보통 첫번째 주 지도교수님이 논문에 관여하고, 두 번째 교수님은 형식상 이름을 올리기는 하지만 논문 작성에 크게 관여하진 않는다. 드문 경우지만, 주 지도교수님이 지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 (e.g. 장기 병가) 두 번째 교수님이 주 지도교수가 된다. 내 경우에는 논문을 쓰면서 두 번째 교수님과는 전혀 컨택해 본 적이 없었다.
반면, 회사에서 쓰는 경우 학교의 교수님과 회사 내 슈퍼바이저 모두 적극적으로 논문에 관여할 확률이 높다. 특히, 기업 쪽 슈퍼바이저는 석사 논문 지도가 곧 본인의 업무 성과의 일부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도를 할 확률이 높다. 두 경우 중 대학교에서 쓰는 쪽이 지도교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논문 지도 방향이 난이도가 더 낮은 경우가 많다. 회사와 대학교 양쪽에 지도자가 있는 경우 둘 사이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용을 조율하는데 스트레스받는 경우를 꽤 봤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교에서 쓰는 경우 주 지도교수 한 명과 조율하면 되기 때문에 좀 더 심플하다. 

차이점 2. 급여

회사에서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 2.급여를 받게 된다. 대학교에서 쓰는 경우는 당연히 받지 않는다. 대학교에서 논문을 쓰면서 파트타임 잡을 병행하는 경우가 가능하다. 나의 경우는 논문을 대학교에서 작성했지만, 동시에 워킹스튜던트로 근무를 해서 생활비를 벌었다. 대신 평일 중 50% 시간은 워킹스튜던트에 쓰다 보니, 주말에도 논문을 작성하면서 보내느라 체력적으로 피로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워킹스튜던트로 근무한 회사를 기준으로 회사에서 논문을 쓰는 경우는 시급으로 비교했을 때 워킹스튜던트과 조금 덜 받는걸로 알고 있다. 다만 급여는 회사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대강 워킹스튜던트 대비 덜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세한 건 관심 있는 논문 건과 회사 따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차이점 3. 논문의 실용성

마지막 차이점은 3.논문의 실용성이다. 여기서 내가 쓰는 논문의 실용성이란, 논문 주제와 연구결과의 실용성과 그 논문이 내 향후 커리어에 얼마나 실용적 일지를 의미한다. 두 가지 모두 회사에서 논문을 쓰는 경우 더 실용적이다. 우선,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하면서 굳이 어떤 주제를 연구한다면 향후 업무에 적용하기 전에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때문에 논문 주제 및 기대 효과가 구체적이다. 또한, 내가 연구한 주제가 향후 회사에서 실제 업무로 연결이 되어서 성과를 냈다면 당연히 향후 구직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구직을 할 때 그 부분이 중요한가를 따졌을 때, 내 경우 (=경영&기술경영 전공)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연구와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학 및 공대쪽 전공한 경우 졸업논문이 훨씬 중요성을 갖지 않나 싶다. 

대학교에서 논문을 작성하기로 결정한 이유?

처음에는 회사에서 논문을 쓰려고 알아봤었다. 워킹스튜던트 구직을 할 때도 인터뷰마다 나중에 논문을 쓰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있을지 물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 전공 특성(경영&기술경영) 및 취업 희망 분야 (=하이테크산업) 사이의 차이 때문에 회사에서 쓸 논문 주제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꼭 회사에서 논문을 쓰고 싶어하던 같은 석사 프로그램 내 동기 두 명은 회사에서 논문 쓸 자리를 구직하느라 6~8개월 시간을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대학교 내에서 빠르게 논문을 쓰고 석사를 끝내거나, 시간이 걸려도 회사에서 논문 쓸 자리가 생기길 기다리며 버티거나.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첫번째, 결국 회사에서 쓸만한 논문 주제를 못 찾았으며, 버텨서 찾게 되더라도 회사에서 쓰는 논문이 나의 구직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석사를 마치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내 대답은 '곧바로 구직'이었다. 당시 나는 4번째 학기 재학 중이었다. 다시 학생이 되어 보낸 시간이 의미가 있긴 했지만, 6년 이상 일을 했다가 2년 동안 경력을 단절하게 된 공허함을 꽤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한 빠르게 논문과 석사를 마치고 구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구직을 하게 되면 나의 이전 경력에 대한 질문을 훨씬 많이 받겠지, 논문에 대한 질문은 거의 안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두 번째, 논문 작성 과정을 최대한 깔끔하고 예측가능하게 계획하고 싶었다. 나는 논문 주제 선정 단계부터 연구조사 방법, 표본 수 등 구체적인 계획을 다 끝내고 작성할 때는 그저 계획을 실행만 하고 싶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논문을 쓰는 경우, 대학교와 회사 양 쪽 슈퍼바이저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내용을 변경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불필요한 리스크로 다가왔다. 주변에 회사에서 논문을 쓴 지인들도 대학교에서 그냥 빠르고 간단하게 쓰기를 추천했었다.
마지막으로, 석사 과정을 지내면서 이미 생각해둔 연구 주제와 지도교수님이 있었다. 나는 논문에 대한 계획과 탐구를 석사 재학 시작한 첫 학기부터 계속하고 있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팀플을 하면서도 주제로 가능할만한 것들을 노트에 적어서 보관하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 주제를 거르고 나니 2가지 주제와, 2명의 유력한 지도교수님을 추려낼 수 있었다. 꽤 자신 있고 관심 있는 분야들이었기 때문에, 굳이 몇 달을 더 회사에서 원하는 논문 주제가 나오고 지원하기까지 기다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학교 vs. 회사, 논문 쓰길 추천하는 곳은?

개인의 상황마다 다르다. 하지만 독일 석사 후 독일 내 취업이 목표 라고 했을 때, 경력이 없는 신입이라면 회사에서 쓰는게 향후 구직에 도움이 더 될 것 같다. 경력이 n년 단위 이상 (*인턴 제외, 정규직 기준) 있다면, 대학교에서 빠르게 논문을 쓰고 차라리 빠르게 구직 시장에 뛰어드는 쪽이 나을 것 같다. 그 외 현재 수입여부, 취업 희망 분야, 전공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있겠지만 아주 간단한 단편적인 의견을 적어보자면 그렇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