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전 글] 2023.04.09 - [30대, 퇴사하고 독일/국내파 문과생 독일 석사 유학] - [국내파 직장인 독일 석사 유학] 1. 독일 대학교 석사 시험 - 구술 시험 (Oral Exam)
독일 대학교에서 석사를 하면서 본 서면시험 (Written Exam)은 난이도보다는 양과 상황적 압박이 큰 시험들이었다. 우선, 독일 대학교에서는 시험을 1번만 보기때문에 시험에 해당되고 준비할 양이 꽤 많다. PPT 슬라이드를 기준으로는 400-600 슬라이드 정도가 되고, 더해서 케이스 스터디, 참고자료, 초청강연 내용까지 포함되는 경우 슬라이드만 700페이지를 넘어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시험을 1번에 봐야 하고, 낙제를 3번 이상 할 경우 더는 해당 전공 석사공부를 못한다는 상황이 꽤 압박감까지 든다. 설상가상으로 학기당 서면 시험을 1번만 보는 것도 아니고, 여러 과목을 봐야 한다. 주변에서 낙제하는 동기들도 어렵지 않게 봤다.
서면 시험 과정 & 후기
구술시험처럼 서면시험도 학기초에 어떤 시험으로 출제가 되는지, 소요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초청강연 (guest lecture)이나 참고자료가 포함이 되는지 여부까지도 함께 공지가 된다. 내가 공부한 프로그램의 경우 보통 90분 시험이었고, 수업 슬라이드 외 레퍼런스도 포함되었다.
시험등록을 하고나서 시험일 1주일 전쯤 시험 볼 강의실이 공지되었다. 당일 시험 장소에 도착하면 교수님 혹은 튜터에게 이름과 배정된 좌석을 확인하고 앉으면 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교 앱에서 시험 좌석 배정표도 볼 수 있었다. 시험장소인 강의실은 시험기간 중에는 종종 앞뒤로 다른 시험도 보는 경우가 있어서, 너무 일직 갔다가는 시험장에 못 들어가고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험장소에 도착해서 앉고나면 책상 위에는 필기구, 간식거리 (물, 음료수, 초콜릿), 학생증 빼고는 전부 집어넣으라고 공지가 되었다. 독일에서 시험볼때 펜은 보통 파란색을 사용한다. 검은색도 가능하긴 한데, 거의 파란색을 더 쓴다. 나는 검은색이든 파란색이든 그저 있는 펜 중 필기감이 가장 편한 걸로 썼다. 답안 작성하고 틀린 경우에는 두줄로 긋고 옆에 다시 썼다. 그렇게 해도 공간이 부족한 경우 답안지 마지막 페이지에 수정 답안을 적을 수 있는 페이지가 주어져서, 거기에 문제번호와 최종 답안을 썼다. 원래 답안을 써야 하는 자리에는 답안지 마지막 페이지 (수정답안 적는 곳)에 답변을 썼다고 기재해 뒀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라고 했었는데, 특정 교수님은 박스를 가져와서 휴대폰을 수거해간 적이 있었다. 시험시간이 시작되면 시험지와 답안지가 배부가 되었고, 그 이후 시험 보는 과정은 한국에서 시험 보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험문제는 교수님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점이 있었다; 석사 과정이기 때문에 배운 이론의 응용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학사에서는 이론을 아는지가 중요했다면, 석사에서는 이론을 응용할 수 있는지를 주로 보는 것 같았다. 단답형 문제도 가끔 있었지만, 배점이 낮은 몇몇 문제들이었고 대부분은 서술형이었다.
시험결과는 생각보다 처참했다. 첫학기 서면시험에서는 반절이 통과를 못했고, 통과한 나머지의 성적 평균이 3점 중반이었다. 이 교수님은 개인적으로도 충격이 꽤 크셨던 모양인지, 그다음 학기부터는 시험문제에 대한 힌트도 더 많이 주시고 연습문제 풀기도 수업 중 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수업에서도 그런 교수님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난이도 조절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과 학생들의 GPA를 떨어뜨리는 주요 수업들이 되었다. 전필이라서 피할 수도 없는.
나는 서면 수업에서 1점대 성적을 받아왔는데, 한 수업에서 2점 후반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2점 후반대 성적을 받은 수업이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교수님 중 후자의 케이스였고, 주변에는 패스도 못한 친구들이 많아서 내키지 않는 점수지만 받고 넘어가기로 했다. 특히, 시험 문제가 굉장히 난해해서 (e.g. 개인적인 생각을 물음, 대체 이걸 어떻게 점수화 하려는지 감이 안 섰다) 다시 본다고 해도 성적을 더 잘 받을지 미지수여서 재시험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서면 시험 문제 & 준비
구술시험 준비에서 썼던 것과 가장 중요한 두가지는 같다; 평소 강의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표시해두는 것과 강의 진도 50% 일 때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 외에 몇 가지 서면 시험 준비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3가지를 뽑고 싶다.
첫 번째는, 시험에 나왔던 내용 족보를 받는 것이다. 이전 학기에 해당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을 알고 있으면 좋다. 문제가 나오는 형태는 달라져도, 어떤 내용을 문제로 내는지 힌트만 얻더라도 시험 준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해당 석사프로그램 첫 번째 기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험을 봤을 때 이전 기수의 족보는 없었다. 다만 딱 한 번 시험을 1학기 미뤄 치르게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전 학기 시험 본 친구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었다. 만약 다른 시험에서도 이렇게 내용을 미리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요약본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시험 공부 후반에 들어가고, 여러 개 구술/서면/프로젝트 수업 시험 보는 기간이 다가오면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시험 기간 첫 준비를 시작할 때, 시간적 여유가 그나마 있을 때 요약본을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나는 요약본에는 챕터들마다 중요했던 개념 키워드만 적었었고, 헷갈리는 내용들은 비교표로 만들어서 안 헷갈리고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했었다.
세 번째는, 셀프테스트를 해보는 것이다. 서면 시험 전에 보통 교수님들께 몇 문제 정도 출제될지 물어보면 답해주시는 경우가 있다. 90분 시험에, 10개 챕터 중에서, 15개 문제를 낸다고 가정해 보면, 대략 챕터별로 가장 중요한 내용 한 두 가지만 나오게 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럼 내가 시험 출제자라면 어떤 걸 낼지, 어떻게 낼지 생각해서 셀프 테스트지를 만들어서 풀어보는 거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막상 백지에 적어보려니 제대로 설명이 안되거나, 안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시험장에서는 시간이 늘 촉박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나왔을 때 어떻게 답할지 미리 연습해 두는 것도 시험 대비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셀프 모의고사를 보는 게 실전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독일 대학에서는 스터디도 꽤 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서면 시험에 있어서는 직접 암기하고 내용을 풀어서 적용해보고 써보는 연습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스터디는 들지 않았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Daniel Born, Unsplash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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