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퇴사하고 독일/국내파 문과생 독일 석사 유학

[국내파 직장인 독일 석사 유학] 3. 독일 대학교 석사 시험 - 프로젝트/세미나 (Project/seminar)

홍니버스 2023. 12. 1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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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 [30대, 퇴사하고 독일/국내파 문과생 독일 석사 유학] - [국내파 직장인 독일 석사 유학] 2. 독일 대학교 석사 시험 - 서면 시험 (Written Exam)

독일 대학교에서 석사를 하면서 본 시험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종합대학교에서는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하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전공했던 호흐슐레 석사 과정에서는 매 학기 2~3개 프로젝트 수업이 있었다. 실제로는 팀 플로젝트였지만, 공식적으로는 "Seminar"라는 과목명 아래 진행이 된 적도 있었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교수님이 구성한 방식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수업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어떤 프로젝트는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양이 많아서 팀원 모두 허덕였던 경우도 있었다. 팀원 구성이 본인 외 전부 독일인인 적도 있었고, 독일인+유학생으로 섞여있었던 적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석사에서 경험한 프로젝트는 복잡성 그 자체였다; 주제와 진행방식에서 오는 복잡함, 그리고 팀구성원의 다양성으로 인한 진행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의 복잡함. 그래서 석사 시작 초기 프로젝트는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었다. 낙제를 한 경우는 딱 한 번 봤는데, 최종 보고서에서 표절이 걸린 경우였다. 그 외에는 최종 결과물을 낸 이상은 어떻게든 패스가 되었고, 그래서 프리라이더 빌런들도 꽤 흔했다.  

프로젝트/세미나 시험 과정 & 후기

프로젝트, 세미나 시험은 학기 초 2-4주 정도가 프로젝트 주제 선정, 팀 선정 등 기초적인 내용을 정하는데 쓴다. 학기 몇 주차에 어떤 발표가 있는지 등 디테일도 이때 이미 함께 공지가 된다. 이 초기의 세팅 이후에는 내용을 내우는 수업이 없다. 대신 수업시간을 교수님과 면담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서, 구성하는 프로젝트 방향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질의응답하는 시간으로 쓰였다. 

팀은 최소 3명-최대 8명으로 구성되었었다. 팀 구성은 교수님이 랜덤으로 구성해서 공지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율에 맡겼다. 팀 프로젝트 세부주제에 따라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들이 먼저 모이고 함께 세부 주제를 정해서 교수님께 알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겪은 선에서는 독일 대학교에선 팀구성을 이렇게 하더라! 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팀구성이 랜덤으로 배치되었을 때가 나았던 것 같다. 친목 위주로 구성을 했을 때에는 친한 친구들끼리 잡담을 하다가 프로젝트 진행은 늦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게다가 아무래도 독일인/비독일인 팀이 나뉘기 마련이었다. 인터내셔널 한 석사 프로그램을 공부하는 건 결국 독일에 대해서도, 다른 학생들과 문화에 대해서도 배우고자 함인데 팀구성을 자율에 맡기면 국적으로 갈리는 경우가 굉장히 흔했다. 내가 한국에서 공부했을 때를 돌이켜봐도 내국인끼리 팀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팀이 갈리는 동기를 이해 못 하는 건 또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저련 경우를 따졌을 때 교수님이 팀을 배분해 준 게 가장 깔끔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 진행은 팀별로 아주 다르게 진행이 되었다. 공통적으로 석사에서 배운 이론이나 툴을 사용하려고는 했지만, 그 순서나 구성은 팀별 편차가 굉장히 컸다. 한 학기동안 프로젝트 수업에서 제출해야 하는 결과물은 두 번의 발표, 최종 발표 프로젠테이션 ppt 슬라이드, 그리고 논문형식으로 쓴 페이퍼였다. 발표 시간, 제출물 분량 등은 학기 초 공지가 된 대로 맞추면 되었다. 최종 보고서 쓸 때 인용형식은 대게 APA를 썼다. 그리고 팀별로 One Drive 같은 공유폴더에서 자료를 공유했고, Miro Board라는 공유 화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했다. 

팀 미팅은 팀원들 일정 되는 대로 무작위 요일에 진행이 되었는데, 초기 몇 주가 지나면 일정 시간대로 정해졌다. (e.g. 화요일 저녁 7시-8시). 학교에서는 수업 후에 모일 수도 있지만, 가끔 교양수업이나 워킹스튜던트 같은 다른 일정이 있는 경우가 있다 보니 거의 대게 평일 저녁 비대면으로 진행을 했었다. 팀 프로젝트 시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한학기 전체를 통틀어 투자해야 끝내는 형태의 수업이다 보니, 일단 최종 결과물을 낸 것만으로도 통과는 거의 보장된다. 내가 들었던 프로젝트 수업들은 대게 평균 점수가 1,7-2,5 사이에서 형성이 되었다. 시간을 많이 들여야만 최종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보니, 교수님들도 웬만해서 2,5 이상의 낮은 점수는 잘 주지 않으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프로젝트 및 세미나 수업에서는 항상 평균 이상 점수를 받았었다. 팀원 전체가 같은 점수를 받은 적도 있고, 팀원 마다 점수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후자를 겪었을 때에는 월등한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내가 팀원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일이었다. 교수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지만, 들은 피드백은 굉장히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해당 교수는 나의 다른 발표와 해당 발표를 뒤섞어서 잘못 기억하고 있었으며, 나의 영어가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평했다. (나의 영어는 공식적으로 C1이며, 원어민과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고, 독일 현지 기업에서 다국적 팀원들과 영어 100%로 근무하며 업무에서 영어 실력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생긴 적은 없다만.) 그때 느낀 점은, 프로젝트와 세미나는 교수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서 점수가 갈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귀찮기도 하고, 그 교수와 더 대화해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해당 점수를 받고 끝냈다. 

프로젝트/세미나 시험 & 준비

일반적인 한국에서 팀프로젝트와 비슷하다. 다만 독일에서 겪은 프로젝트가 자율성이 훨씬 크게 주어진다. 때문에 이 자율성을 다루지 못하고 프로젝트 진행하는 대 방향을 잃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몇가지 도움 될 만한 팁을 생각해 보자면;

첫 번째는, 팀 프로젝트 초기에 세팅을 잘 하는 것이다. 독일 대학에서 프로젝트를 했을 때는 한국에서처럼 팀장/자료조사/발표/ppt 제작으로 역할이 나누지 않다 보니 팀장처럼 나서서 정리하고 팀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사람이 드물었다. 독일에서 팀프로젝트는 자료조사할 땐 다같이 자료조사, 발표 할 때도 다같이 발표, PPT는 각자 맡은 부분 만들어서 합치기 등으로 모든 역할을 모든 팀원이 하는 점이 한국 팀플과는 다르다. 아무튼, 남이 안 하니까 나도 하기 귀찮다며 몸을 사리면, 정말 아무도 안 하다가 발표 전에 발등에 불똥 떨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프로젝트 초기에 방향설정이나 팀 미팅 일정 정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서서 차라리 정해버리는 게 앞으로 편해지는 길일 것이다. 

두 번째는, 교수님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앞서 쓴 건처럼 프로젝트/세미나 점수는 결국 평가자인 교수님의 주관이 서면시험보다 크게 작용한다. 교수님이 원하는 방향이나, 적용하길 원하는 이론이 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는 게 좋다.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한 번은 정확한 시장가격 비교는 어려워도 정성적으로 나마 제시안들의 가격정보를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당시 내 팀원들은 가격 정보까지 포함하는 건 불필요하고 귀찮은 쪽이라고 입을 모아서 말했다. 하지만 막상 교수님과 피드백을 했을 때, 교수님은 꼭 포함하라며, 나중에 실무에서 일을 진행할 때 가격정보는 필수적인 정보라며 정확도가 떨어져도 포함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피드백 주셨던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우리가 만족시켜야 할 클라이언트는 교수님이라는 접근이 좋은 성적을 받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세 번째, 마인드 컨트롤/팀원 관리도 팀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앞서 말한 것 같은 프로젝트 수업 구성 때문에, 프리라이더에 대한 불만은 여러 팀에서 나왔다. 한국에서처럼 팀원별 평가를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독일 교수님들은 이런 부분까지 케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본인들의 업무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지, 교실 내 분위기 혹은 팀 분위기를 매니징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결국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이런 상황은 어디서나 생긴다. 그때마다 매니저에게 가서 쟤가 일을 안 한다고 고자질할 수는 없는 것이다. 후자의 사례를 이유로 들면서, 교수님은 팀원 평가제를 기각했다. 다만, 정말 극단적으로 팀원이 미팅에서 전혀 오지 않고 연락도 두절된 한 번의 경우 해당 학생이 팀에서 퇴출된 적을 보긴 했다. 그렇지 않은 이상 미팅에 와서 앉아 있다, 퀄리티는 쓰레기지만 아무튼 뭔가 써온다 라는 경우에는 팀원 평가라든지 퇴출 등은 어렵다. 

고백하자면 이 부분이 내겐 가장 고역인 부분이었다. 결국 발 벗고 나서서 팀프로젝트 방향 제시하고 캐리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원하는 선에서 프로젝트를 끝내긴 했었다. 아무튼, 팀원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딱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끝내고 가능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런 부분들을 각오한다면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결과물에 수업에서 배운 이론 중 많은 부분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다른 이론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 중 분명히 프로젝트에서 쓸 수 있는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의 목표 자체가 이론을 연습하고 실무경험을 쌓기 위함이니까. 그리고 교수님들은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석사 프로그램 중 어떤 이론 수업과 관련이 있는지, 그중에서도 특히 fit이 잘 맞는 이론들을 활용해서 최대한 실무&이론을 융합한 결과를 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Daniel Born, Unsplash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