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교에서 석사를 시작한 첫 학기 한 과목의 시험은 구술시험 (Oral Exam)이었다. 기억하기로는 이 과목의 평균 점수는 2점대, 아주 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더러 3점 정도의 점수를 받은 동기들이 있는 것을 보면, 교수님 나름의 절대적 기준이 있으셨던 것 같다. 한국에서 경영학 학사를 했을 때 꽤 많은 팀플과 발표과 성적의 일부로 반영되기는 했었지만, 구술시험 자체가 100% 성적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구술 시험 과정 & 후기
해당 과목이 어떤 시험으로 출제될지는 학기 초에 공지가 되는데, 구술시험이라면 몇 분 정도 시험을 치르게 될 지도 알 수 있다. 나의 시험 소요시간은 15분이었다. 학기 초 교수님이 공지를 구술시험으로 공지를 이미 하셨는데, 다른 독일 학생들 반응으로 보아 그다지 선호되는 (?) 시험 방식은 아닌 것 같았다.
구술시험의 시험 등록은 다른 시험들과 똑같이 등록 기간에 학교 포탈에서 하면 된다. 등록 후, 시험 일자와 장소가 정해지고 나서, 시험 전 마지막 강의 날짜 근처에 시험 순서가 이메일로 공지되었다. 시험순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과 짧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곤 공백 없이 배정되었고, 성 (Last name) 알파벳 순이었다.
시험 당일 배정된 시간에 가서 시험을 치르면 되는데, 나는 장거리 통학러 였기 때문에 DB 연착을 대비해서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나 말고 딱히 일찍 온 학생은 없었다. 아마 근처에 사는 학생이라면 굳이 그렇게 일찍 올 필요가 없어서인 것 같다. 시험 강의실 옆 빈 강의실이 있어서 거기서 정리해 둔 내용을 마지막으로 복습하면서 시험준비를 했다.
시험 시간이 되어서 시험 장 앞에 서서 호명될 때까지 기다렸다. 전 시험자가 나왔다고 바로 들어가면 안되고, 시간에 맞춰서 이름이 불리면 들어가야 했다. 들어가니 면접장처럼 앞에 교수님 2분 (과목 강의한 교수님과 2nd examiner) 이 앉아계셨다. 질문은 강의한 주 교수님께서만 했고, 2nd examiner는 무엇인가 메모를 열심히 하고 계셨다.
시험장에서는 보통 하는 인사 (e.g. how are you) 는 당연히 생략하고, 바로 시험 질문을 시작하셨다. 15분 이 꽤 짧다고 생각했는데, 쉴 틈 고르지 않고 계속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안에도 10개 이상 질문을 답변했던 것 같다. 무작위로 준비하신 서프라이즈 질문도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지만 이미 공부해 둔 부분이었어서 바로 답변할 수 있었다. 딱히 아주 잘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1점대 성적을 받았었다.
구술시험 문제 & 준비
시험 준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평소 강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가장 좋은 건 항상 집중해서 듣고, 필기도 열심히 하고, 복습도 열심히 하는 것이지만... 너무 이상적이고, 꾸준히 하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딱 한 가지! 평소 수업들을 때 꼭 했으면 좋겠다 싶은 건, 중요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수업 중에 교수님이 이 내용을 얼마나 길게 설명했는지, 아니면 대강 한번 훑어 보고 넘어갔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PDF 파일에 타이핑해서 필기를 하는데, 중요한 내용이다 싶은 건 빨간 글씨로 적어놨다. 예를 들어서, 오래 설명했음!! 이라든지, 중요함!!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important- 직접 말씀 하신 경우), 등. 독일 대학교는 시험을 한 번에 보기 때문에 나중에 시험 준비할 때 강의안을 다 합쳐보면 양이 어마어마해질 수가 있다. 나중에 필기시험에서 적겠지만, 강의안만 700 슬라이드에 참고 케이스스터디 (주로 journal article)만 N건이었던 적도 있었다. 시험이 다가올 땐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 평소 중요도를 체크해 두는 건 꽤나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시험 준비는 강의 진도가 50% 됐을 때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평균 학점 1,3 인 친구가 알려줬던 것인데, 고학점 득점이 목표가 아니라면 사실 꼭 지킬 필요는 없다. 동기 중에서 시험 1주일 전에 벼락치기해서도 pass 한 경우도 종종 봤다. 그래도 나는 굳이 이 블로그에서 독일 대학교 시험에 대한 팁을 보고 계시는 독자라면 당연히 좋은 학점을 목표하실 거라고 가정하고 써본다. 우리 학교 겨울학기 기준으로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정도면 강의 50% 정도가 지난 시점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새해 근처 2주 정도 강의가 없는데, 나는 2년 동안 이 시기는 항상 시험준비로 보냈다. 이 시기 동안에 이전에 강의한 50% 내용을 정리하고, 암기도 시작했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 과정에서는 학기말에 항상 발표와 과제 제출이 있었는데, 그럼 정작 시험 공부하게 될 시간이 너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일 대학교는 필기든 구술이든 시험을 1번만 보니까 벼락치기하기엔 양이 많은데, 내가 벼락치기에 능한 사람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2학기부터는 워킹스튜던트 일을 하다 보니 공부에 쓸 시간이 더 적어졌다. 결국에는 조금씩 미리 꾸준히 하기 위해서 '강의 진도 50%가 됐을 때, 시험준비를 시작한다'를 룰을 3학기 동안 따랐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세 번째 팁은, 구술시험 같은 경우에는 스크립트를 한 번 써보는 것이다. 다 쓰고 나니 20장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필기시험에 나온다면 할 답변은 구술로 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해 보는 연습을 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라는 질문이라면 (1) 개념의 정의 (2) 유래 (3) 왜 중요한지 (4) 장점 및 단점 (5) 적용 예시 정도로 범용 템플릿을 만들어서 연습해 보는 것이다. 빈 강의실에서 시험관 2명과 독대해서 답변하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긴장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려운 내용이 아니더라도 미리 스크립트를 써보고 입으로 말해보며 연습해 둬야 무슨 말이라도 하게 된다.
네 번째는, 분명히 돌발 질문이 있을 것이고 모르는 내용일 수도 있는데 그럼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 두는 것이다. 강의했던 내용에 대한 정석적인 질문의 80%라면, 교수님은 점수는 더/덜 주기 위한 돌발질문을 할 수 있다. 적어도 우리 과에서는 그랬고, 각기 다른 돌발 질문이 있었다. 아무래도 오후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오전에 봤던 학생들에게 물어봐서 더 잘 준비해 올 수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오전에 시험 본 학생들에게 불공정한 처사가 되는 거니까? 무튼, 나는 그 돌발질문의 유형에 따라 답변해야지 생각했었다. 개념에 대한 내용이면 대략 아는 걸 조합해서 추론해서 이야기하고, 적용 사례에 대한 질문이면 강의 케이스 스터디 중에서 비슷한 걸로 답변, 개인적인 의견은 묻는 거면 솔직하게 답변하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시험 중 내가 수업에서 발표했던 시스템적 사고 (System thinking) 에 대해서 질문을 하셨는데, 강의 때 배운 내용 이외에 어떤 Article이나 책을 읽었는지 소개해달라고 하셨다. 세상에?.. 이 질문을 받은 건 내가 얘기해 본 동기 6명 중 나 한 명뿐이었다. 다행인 건, 내가 진짜로 시스템적 사고에 대한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하하!!!!!!) 시스템적 사고 기법 중 시스템 다이내믹스 (System Dynamics) 에 대한 책을 읽었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특정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부했다고 답변했었다. 운이 꽤 좋았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Daniel Born, Unsplash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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