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30227 독일 석사 3학기 끝

홍니버스 2023. 2. 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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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만 느껴졌던 3학기가 드디어 끝났다. 2월 초 마지막 필기 시험을 보자마자, 그 다음날 짐을 싸서, 2주동안 한국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동행하지 않고 혼자 간 덕분에, 엄마네 아파트에 머물면서 내키는대로 시간을 보내면서 지냈다. 남자친구가 함께 갈 때는 아무래도 한국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여행객처럼 관광지를 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서울에 살던 모습 그대로 지내고 왔다. 미국에서 언니와 형부도 와서 다같이 2주동안 휴가를 즐겼다. 덕분에 2주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짧지 않게 느껴질만큼 충만한 시간을 보냈고 행복했다. 

한국에 다녀오니 마음은 에너지 충전이 되었는데, 체력은 바닥이 났다. 12월부터는 주말 가리지 않고 밤 11시까지 항상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2달은 보내다가 한국에 장거리 비행을 갔으니 그럴만도 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1분 1초가 아까워서 또 아침부터 밤까지 여기저기 쏘다녔으니. 돌아와서는 심해진 역류성 후두염 때문에 양배추 한통을 착즙해서 마시면서 커피는 줄이고 실컷 자며서 기력을 보충하고 있다.

돌아오자마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체력을 회복하느라 제대로 적지 못하고 임시저장만 반복하다가 오늘 드디어 글쓰기를 재개한다.

1. 3학기 끝 - 모든 강의 수료 & 곧 논문 시작 

들어야 했던 수업을 모두 수강 및 패스를 했고, 이제 마지막 관문인 논문만 남겨두고 있다. 아직 논문은 시작도 안했지만, 주제를 선정할 때부터 대략적인 연구 계획은 짜두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이 끝낼 수 있을 것같다. 오히려 강의들을 수강하고 시험을 통과하는게 나에게는 논문보다 더 큰 스트레스였다. 실무와 이론을 동시에 배우는 Hochschule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일반 강의, 세미나, 팀프로젝트, 개인 에세이, 발표 등 독일 대학교 인문계쪽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강의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발표, 팀프로젝트 같은 건 꽤 익숙한 편이었지만 그걸 외국인 팀원들과 해야하는 건 경험해본 적 없는 난관이었다. 

무엇보다 최악이었던 강의 하나를 끝내고 무사히 패스해서 정말 행복하다. 이 교수님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쓸 말이 많지만, 한마디로 하자면 학석사 공부한 7년을 통틀어 모든 방면에서 최악이었다. 이 수업과 교수가 싫은 만큼 시험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진심으로 다시 보기 싫어서! 덕분에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지만 pass는 했다. 필기 시험문제를 아주 모호하게 내서 fail 한 학생이 굉장히 많고, 그나마 통과한 학생들의 평균이 3,3 정도였다. 내기준에선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지만, 이 수업 시험 통과한 동기들중에 나보다 높은 성적 받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게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다른 수업에서 1점대 학점을 받아왔는데 이 분 수업 덕분에 내 평균학점이 꽤 끝어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수업을 들을 필요 없다는게 말로 다 못할만큼 행복하다!!

2. 외국어 공부 - 영어 

지난 한 달사이 외국어 공부는 큰 진전이 없었다. 한국에 있다와서 오늘 회사에서 영어를 쓸 때 굉장히 버벅거렸는데, 빨리 영어 노출을 늘려서 유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논문 시작 전에 A2-B1 독일어 리뷰를 하고 언제쯤 Telc 시험을 볼 지 계획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영어 공부가 제일 재밌어서, 여러 방면에서 인풋을 늘리는 중이다. 여전히 중고급 단계에 막혀있는 영어를 고급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못해서 좌절스러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영어를 좋아하는게 정말 다행인 것 같다. 기억하는 한 자의적으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였는데, 이 때는 수능이라는 목표가 가장 큰 이유였다. 요즘은 영어를 더 잘 구사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더 재미있고 매끄럽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아직 2월이니까 이대로만 공부한다면 올해의 끝에는 분명히 더 나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겠지. 최근 영어 공부할 때 도움 된 몇가지 어플이랑 책이 좋아서 공유해본다, 모두 다 내돈내산!!

회화: 어플 스픽 Speak (내돈내산 1년 구독 중. 짧은 강의 컨텐츠가 부담스럽지 않고, 알던 표현이어도 입에 붙이도록 열심히 말하기 연습을 시켜줘서 좋다. 발음 인식이 한템포 느린것과 섬세한 발음 교정 (예를 들면 t, d, o 사운드. O는 내가 가장 헷갈려하는 모음 발음... 오에 가깝게 -opinion- 발음 될 때도 있고, 아 -box- 혹은 어 -above- 에 가깝게 발음 되는 때도 있어서 헷갈림.) 은 안되는게 단점. 이전 회화 어플은 튜터링 Tutoring 을 2년 이상 썼었는데, 오른 가격대비 만족도가 낮아져서 스픽 Speak 으로 바꿨다. 튜터링은 원어민 강사의 강의 질 편차가 크고, 컨텐츠가 이미 중고급이상 영어를 구사하는 내게는 너무 쉽게 느껴져서 그다지 진척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 링크 - Appstore 스픽<<

작문: 미국식 영작문 수업 (작문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 잘 쓰여 있을 뿐만 아니라, 예문과 연습문제들 퀄리티가 정말 좋다. 예문들 필사만 여러번 해도 좋을 것 같은 책. 입문자용 레벨도 따로 있다. 입문자용 책도 다음에 한국가면 구매할 계획)

>> 링크 - 미국식 영작문 수업 <<

듣기: 영드와 미드 (최근 본 건 Killing Eve, Why women kill, White Lotus, Sex and the city), 뉴스 채널 The Wall Street Journal (유로 구독 중)

읽기: 뉴스 The Wall Street Journal (유로 구독 중), 책 The Aristocracy of Talent: How Meritocracy Made the Modern World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초반부에서 진도가 잘 나가지 못하고 있어서, 여기 적기에 조금 민망한데. 무튼 읽고 있는 건 사실)

3. 취업 준비 - 방향 설정

몇 번의 비공식적 인터뷰를 봤고, 잡오퍼를 받기도 했다. 풀타임 근로는 올 하반기나 되어서야 가능하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거절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가시적 진행사항 없이 아직 원점인 상태. 아직 논문 시작도 안 한 상황에서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낙심은 짧게 끝냈다. 

이를 통해서 얻은 건, 어느쪽을 우선순위로 취업 준비할지 방향은 대략적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직업의 의미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겠지만, 나의 전략은 항상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서 원하는 것을 향해 가는 것이다. 원하던 직무가 오픈된 팀과 인터뷰 하면서 느낀게, 나는 지금 그 직무를 수행하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있게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하고싶은 일을 무작정 좋아한다고 구애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직무 대신 이들이 나에게 어떤 직무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준 부분들을 받아들이고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4. 삶 - 결혼

4년 만난 독일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다. 왠지 모르게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가 the right one 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우리의 결혼은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우리는 꽤 다른 동시에 비슷한 점이 많다. 서로와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오히려 가족들과 친구들이 훨씬 신이 나서 우리에게 뭐 저리 덤덤한 신혼부부가 있냐고 할 만큼, 우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결혼식 당일에는 좀 긴장되겠지? 

한 가지 계속 가슴에 걸리는 건 역시 한국 가족, 우리 엄마. 자녀들이 모두 해외로 나가 외국인 사위와 결혼한 탓에, 10,000km를 사이에 둔 이별이 불가피해졌음에도 너희 행복한게 가장 중요하다는 엄마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 

언니랑 산책했던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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