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21217 독일 석사 3학기(-ing) 근황

홍니버스 2022. 12. 1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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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기부터는 졸업과 그 후 취업을 향한 길고 긴 과정의 시간에 들어섰다. 결론이 나거나, 완료되는 것 없이 그저 계속하고 있는 것들을 진행하는 요즘이다. 성격이 급하고, 성과지향적인 인간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이 그저 계속 묵묵히 비슷한 루틴을 반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없는 것 같다며 포기한다면, 그대로 뒤처지고, 뒤쳐지는 건 확연하게 눈에 보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흡사 다이어트 같다. 초반에는 식단만 조금 신경 써도 1-2kg가 쉽게 빠지지만, 어느 순간에는 식이와 운동을 모두 최선으로 하는데도 몸무게가 100g 조차 줄지 않는다. 전진도 후진도 없이 가로막힌 가운데, 지금 가는 길이 분명 전진일 것이라고 믿고 계속 가야 하는 기분이랄까? 이런 때에는 그저 매일 스스로를 다독이고 동기부여하려고 애쓰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  

1. 3학기째 석사 공부

석사 생활에 드디어 익숙해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1년 전에 1학기를 시작한 후 겨울은 심리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독일이 이런 건지, 이 사람이 이런 건지 분간도 안 가는데 팀 프로젝트를 해야 했고, 독일식 엑센트가 찐한 교수님의 강의를 알아듣는 것도 고역이었고, 어느 정도 시간과 리소스를 석사 공부와 생활에 분배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매 주가 내일이 바쁠지 아닐지 예측하기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학기는 수업은 적게 듣고 있기도 하고, 이미 겪어본 교수님들이다 보니 예측 가능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작년 이맘때를 돌아보면 이렇게 석사 생활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 자체가 1년 만에 이룬 큰 성과인 것 같다.

그리고, 논문 주제를 거의 확정했다. 논문 주제에 대해서는 2학기부터 고민을 하고 있었다. 11월에 생각해왔던 2가지 주제를 갖고 2명의 담당 교수님께 컨택을 했다. 주제 A는 흥미로운/광범위한/질적연구 이고, 주제 B는 덜 흥미로운/구체적인/양적 연구이다. 운이 좋게도, 교수님 2분 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지도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셨다. 주제 A는 흥미롭지만, 구체적인 양적 연구를 선호하는 성격 때문에 주제 B로 선택할 것 같다. 다만 주제 B에서는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고급 통계 분석 방법을 사용해야 해서 망설이고 있다. 어떻게 난이도 조절을 할지 1주일만 더 생각해보고, 다음주에 결정에 대해서 교수님들께 말씀을 드리고 2월쯤 본격적인 제안서 작성을 할 계획. 3월에 공식적인 논문 시작 등록이 목표.  

2. 외국어 공부

독일어 B1 코스를 끝냈다. 9월부터 중순에 시작해서 12월 중순이니까 4달, 그중 10월은 거의 시간을 못 냈기에 만 3달 만에 B1코스를 끝냈다. 9월 중순부터 오늘까지 매일 하루 1시간 이상 독일어 B1에 할애를 해왔기 때문에, 굉장히 홀가분하고 뿌듯하게 느끼고 있다. 1주일 중 할애한 시간 비율로 치자면 거의 석사 수업 2개 듣는 만큼 (=주 6시간, 1개 수업은 3시간임) 매주 독일어에 투자하고 있었다. 실제로 B1 실력에 이르렀다고 자신은 못하겠다만. 그래도 한번 들은 내용이니 복습하면서 연습하면 내년에는 생활의 기초적인 부분은 독일어로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영어 공부도 시간을 내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내 영어가 뛰어나다고 하지도 못하겠다. 의사소통은 하지만 TPO에 맞는 고급 레벨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 같진 않다. 가끔 원어민이 아닌데도 고급 영어를 굉장히 잘 구사하는 직장 동료들을 보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부럽다. 어휘력을 더 늘리고 싶어서 영어로 콘텐츠를 읽는 시간을 일부러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주로 WSJ를 구독해서 읽고 있고, 네이버 웹툰 영어 플랫폼에서 가벼운 웹툰 (e.g. How to Love) 읽기도 한다. 특히 웹툰 읽기는 콘텐츠 자체가 흥미롭다 보니 영어 공부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재밌게 영어를 익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추천!

3. 취업 준비

워킹스튜던트가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근무한 지 7개월 째인데, 아직도 회사 업무 문화에 적응이 잘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하는 동료마다 개개인의 업무 문화가 굉장히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매번 다른 업무를 맡아서, 새로운 동료들과 일을 하는데, 이메일로도 빠르게 협업이 되는 동료가 있는 반면 죽어도 답장 안 하는 동료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당연히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라는 업무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면, 여기는 그저 개개인이 자신이 편한 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서 일하는 것 같다. 게다가 워킹 스튜던트의 요청사항은 대게 사소한 게 많다 보니, '흠, 바쁜데 나중에 답장해줘야지~' 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서 잊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 나는 재차, 다시, 또다시, 요청하고 찾아가서 물어보고 붙잡고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11월쯤부터는 정말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번 달에는 이 또한 석사 생활처럼 내년쯤 되면 적응되어서 나만의 최적의 솔루션을 찾게 되겠지, 존버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자.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중이다. 어차피 취업을 하게 되면 또다시 이런 글로벌한 회사에서 다양한 동료들과 일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건 트레이닝이다!

추가로 취업을 목표하는 기술 산업에 대한 책을 2권 정도 읽었다. 진짜 이런 기술에 대해서 비전공자도 이해하게끔 요약된 책을 쓰는건 한국 저자들이 최고인 것 같다. 영어로 된 기술 관련 서적은 너무 전공자만 이해할 수 있게끔 어렵게 쓰였거나/너무 쉬워서 실질적으로 얻는 지식이 없을 정도로 대충 쓰인 것으로 양분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저자들은 중간 정도로 정말 적절하게 난이도 조절을 해서 쓰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4. 삶

그 외 11~12월 동안 꾸준히 한 건 (1) 주 2회 이상 운동하기 (헬스장&근력 요가) (2)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킹 (매주 약속이 있었다) (3) 2달 동안 5권 정도 독서 (주로 재테크, 기술 관련).

지금부터 2월 초까지는 자유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서, 사람 만나기/독일어/독서에 들어간 시간을 줄이고, 운동/석사 공부(논문&시험)/워킹스튜던트에 집중할 예정이다. 3월 초쯤에 1주일 정도 쉬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디 바쁜 시기를 잘 버텨냈으면 좋겠다. 

독일에서 2번째 겨울, 이번엔 눈이 많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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