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5년 시작하며, 글쓰기를 종료하며

홍니버스 2025. 1. 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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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0시 0분, 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을 가로지르는 한 다리 위에 있었다. 헝가리 특산품인 토카이 와인을 들고 병째로 "Cheers! Happy new year!"를 외치며. 꽤 낭만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멋진 헝가리 야경을 보며 새해를 축하하는 그 멋진 순간에 내가 있기까지, 고군분투 한 지난 3.5년을 겪은 나를 알기 때문에. 

2021년 아직 Covid-19 여파가 가시지 않았고, 백신 예방접종을 맞기 전, 텅텅 빈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도착했다. 한국을 떠나 독일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 챕터 1, 독일에서 석사를 시작하고 마치기가 챕터 2, 석사를 마치고 취직하여 적응하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느끼기 까지가 챕터 3이었다면 2024년 12월 나는 챕터 3의 마지막장을 덮고 있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독일에 도착 한 후 몇 년 동안 확인한 건, 나의 기질과 독일 사회가 꽤 나쁘지 않은 호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조직 내에서 항상 반골로 여겨졌던 성격이, 독일에서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구조화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가 내 자신에 충실했을 뿐인데, 독일에선 후한 평가가 자동적으로 따라왔다. 모국이던 한국에서는 그렇게 어렵게도 느껴졌던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정작 타국인 이곳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고 쉽게 느껴진다니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확연하게 2025년은 어떤 새로운 큰 막의 시작이 되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전의 몇해가 독일에서 온전한 내 자리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어떻게 해서 더 굳고 넓게 다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점에 들어선 것 같다. 

다시, 2024년 마지막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큰 막이 끝나고 있음이 울렁거리게 느껴졌다. 동시에 더 이상 이 블로그에 쓸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많은 사람들도 겪을 수 있는 국내 경영학 전공자로서 독일 대학에서 석사하고 취직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썼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2027년까진 나에게 굉장히 국한된 경험들을 하게 되어서, 이 경험들을 글로 쓴다고 한 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내 계획을 얘기했을 때 주변에서의 첫 반응은 "Whaaat?"이었다고 하면, 아마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도 안 간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굉장히 소수의 사람들만 가본 길이고 앞으로도 그럴듯하다. 게다가 겪어본 경험을 정리해서 쓰는 성향 때문에 2027년 결과를 보기 전에는 특별히 글을 쓸 일 또한 없을 것 같다. 

멋진 소식을 들고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bis dann! 

*댓글은 종종 (1~2주에 한번쯤) 확인하고 가능한 답변할 예정입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도움 되었다면, 소식 전해주세요! 글 읽는 모든 분들이 독일에서 원하는 꿈 이루길 응원할게요.

**만약 제 글이 커피챗처럼 도움이 되었다면, 커피를 감사하게 얻어마실게요.: Buy me a coffee_Hongniverse 
 

헝가리, 2024년의 끝 & 2025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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