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40522 독일 석사 후 취업 4개월 차 근황

홍니버스 2024. 5.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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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떤 글을 써야할 지 많이 고민을 하다보니... 글쓰기가 계속해서 늦어졌다. 

글쓰기가 늦어진 첫번째 이유는 쏟아지는 새로운 경험들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때문이었다.

독일 석사를 마치고, 감사하게도 곧장 워킹스튜던트를 했던 독일 대기업 본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를 할 기회를 얻었다. 작년말에 쓴 글에도 뚝뚝 묻어나는 것처럼, 취업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나에게는 그저 너무나도 감사한 기회이다. 물론 근무를 하다보면 자질구레한 불만이 탄산수 물을 받은 컵 속 작은 기포들처럼 통 통 튀어오를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왜 이렇게 진행이 더딘걸까? 왜 이런 중요한 부분이 문서화가 안되어 있는거지? 등. 하지만 굳이 불만들에집중해서 투정을 늘어놓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어떤 불만이 생기든 지금 내가 누리는 일상과 기회는 석사 후 취업 준비하던 시점의 내가 목표할 수 있었던 최선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독일 회사에선 매일 새로운 경험들이 쏟아지는데 그때마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짐을 느낀다. 글이라는 건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어야 쓰는건데, 생각과 경험이 매일매일 새롭게 바뀌니 글로 정리할 틈이 있었다. 아마 이 생각 정리는 몇달 더 걸릴 것같다. 독일 취업과 직장생활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하게 내 시각이 정리 되면 글을 써보려고 한다. 

두번째로는 말 그대로 매일의 삶을 사는게 바빴다. 

워킹스튜던트로 이미 근무했던 회사이지만 풀타임으로 근무를 하면서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종류는 다양해지고, 협업해야할 이해관계자도 많아졌다. 더군다나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일반 소비자라면 들어본 일이 없을 B2B 기술산업의 회사이기 때문에 새롭게 접하는 업무 용어나 프로세스들이 많았다. 회사의 절대적 다수가 공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기술직이 아니어도 제품과 기술에 대해서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공학 전공자라면 이미 아는 것들이다보니 회사에서 비전공자라고 별도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많지 않고, 독학 위주로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며 배워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중. 배울 건 많은데 일이 나를 기다려주진 않으니 일도 그때그때 처리를 해야해서 정말 매일이 단거리경주를 뛰는 기분이었다...생각해보니 이것도 아직 매일 그렇다. 일이 정말 손에 익어서 편해지기까진 1년정도는 걸릴 것같다. 

세번째로는 나만의 일상을 만들고 집중하는 중이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나의 루틴은 최소 4년이상 똑같았다. 이직을 했었어도 같은 루틴을 유지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준비를 하는 시간, 아침 먹고, 영어 공부, 글을 쓰고, 출퇴근길에는 책을 읽었고, 주 4회 (평일 3회-화목금/주말 1회-일) 이상 운동을 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할 때 삶은 팍팍했어도, 나는 그 때의 삶을 정말 사랑했다. 생산성이 높지만, 복잡하진 않았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일상의 균형이 있었다. 2020년엔 그 균형이 석사준비를 하면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 해에는 코로나가 시작되었으니,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이의 삶이 많이 바뀌었었다. 그리고 2021년 독일에서 석사를 시작하면서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었다. 한편으론 백지처럼 무너진 내 일상이 도화지 같아서 신났다. 직장인일 때는 상상할 수 없던 평일에 낮잠자기라든지, 월요일 늦잠자기라든지가 가능했으니. 훌쩍 유럽 내 어딘가 여행을 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름 즐기려고 했었는데, 그렇진 못했던 것 같다. 곧 틀에 박힌듯한 일상을 살던 때가 그리웠다. 정해진 요일엔 운동을 가고 매월 2권이상 독서를 일상으로 하던 게 그리웠는데. 요즘 드디어 독일에서 일상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게된 것치다! 처음엔 한국에서 루틴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했는데, 출퇴근 방법이 다르고, 주어진 시간도 다르고, 해야할 일들도 다르고, 같이 사는 반려가 생기니 그 때 그대로 루틴이 그대로 적용되진 않더라. 그래서 차근차근 새로운 삶의 루틴을 만들고 있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니까 독서 대신 영어 뉴스 팟캐스트를 듣기로. 그리고 매주 금요일 독일어 수업을 듣고, 기구 필라테스 수업과 홈짐 트레이닝, 투자 공부를 요일을 정해서 하고있다. 아직은 새로운 루틴이라 낯설지만, 익숙해져서 익숙한 일상을 사는 기쁨도 느끼고 싶다. 

생존 보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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