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퇴사하고 독일/국내파 문과생 독일 취업

[독일 석사 후 취업] 03. 독일 취업 필요했던 것 - no이과/no독어

홍니버스 2024. 7. 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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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정규직 계약서 사인 후, 2024년 2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5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작년 말 취업준비 시기를 생각해 보면, 아직도 여전히 마음이 저리다. 그 당시 했던 고민과 스트레스가 너무 컸던 것 같다. 과거의 일인데도 그때의 여전히 그 겨울은 써늘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취업에 관한 글은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담아서 수필식으로 적고 싶었다. 독일 다국적 기업 본사 PM이라는 현재 직업상 타이틀만 트로피처럼 과시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러면 이불속에서 울며 버티던 그 겨울의 나 자신을 외면해 버리는 것 같다. 현재가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만큼 그에 이르기까지 거친 고난들도 인정하고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작년 겨울이 나에겐 유독 힘들었던 것처럼, 지금 힘든 순간을 견디고 계신 분들께 언젠가 본인에게 꼭 맞는 최선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다. 최선의 목적지가 최단거리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몇 번의 국도 우회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나아가다보면 결국엔 본인에게 최선인 길에 이를 것이라고, 응원하고 싶다. 

감성적인 부분은 이제 젖혀두고, 독일 취준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던 몇 가지에 대해서도 적어보고 싶다. 직접 독일에서 취업준비를 하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찾은 것들과 차이가 있던 것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정말 중요했던 것들도 있었다. 

1. 전공 ★ ★ ★ ★ ★

독일 석사를 지원할 때 학사 때 커리큘럼 불일치로 불합격된 적이 더러 있었다. 이미 인터넷에서도 독일 석사 지원 시 학사 전공과 일치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이건 비단 학석사 공부에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당신의 전공은 취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어떤 세부전공을 심화했는지도.

그 이유는 독일 회사에서 직무는 세부화 되어있고, 그에 맞는 인재를 수시채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면, 회계, 재무, 마케팅, SCM 등 수많은 세부전공 중 어떤 것을 심화전공했는지가 중요하다. 

산업이 요구하는 전공 지식에 따른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서, IT 산업에서 영업인력을 구한다면, 아무리 영업직이어도 경영학 전공보다는 IT 전공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IT 제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판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컨설팅 기업에서는 경영학 전공자가 IT 전공자보다 유리할 수도 있는 등 산업에 따른 편차가 있음을 항상 감안해야 한다.

2. 독일에서 인정받는 경력 ★ ★ ★ ★ ★  

내가 취업준비를 했을 때 느낀 점은 1.5년 정도의 독일 기업 내 워킹스튜던트 경험이 6년의 한국 영업직 경험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내에서 외국인 지원자가 취업을 하는 경우만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된다.

6년의 모국 회사 경력을 가진 지원자 vs. 2년 동안 한국 기업 (심지어 들어본 회사 e.g. 네이버) 경험이 있는 지원자

둘 중 누가 더 빠르게 현지 기업에 적응해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직무 요구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점은 차치해 보고, 대게는 후자일 것이다. 때문에 본인이 갖고 있는 커리어가 독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고, 없다면 우선 만들어야 한다. 계약직이든, 파트타임이든, 산학 협력 프로젝트든, 무급 인턴이든, 어떤 기회를 통해서라도.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워킹스튜던트나 인턴십을 할 때 본인이 희망하는 업무를 매니저에게 구체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좋다. 당연한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이 부분을 놓치는 경우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봤다. 보통은 팀 내에서 학생 근로자에겐 잡무에 가까운 일이 던져지는데, 그렇다고 주어지는 일만 하다 보면 본인의 커리어를 못 챙길 수 있다. 

본인 커리어는 본인이 챙겨야 한다. 시키는 일은 흠없이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어필해야 한다. 그러니까 직접 매니저에서 "XYZ 업무에 관심이 있는데, 혹시 그 업무에서 내가 도움이 될 부분이 있을까?" 물어보는 게 가장 좋다. 당장 그런 일이 없어도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매니저는 당신을 가장 먼저 떠올릴 테니까. 

3. 언어 ★ ★ ★ ★ (영어 ★ ★ ★ ★ 독일어 ★ ★ ★ )

"독일어 못하는데 영어만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가장 많이 들어봤고, 고민했던 질문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지원 분야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비기술직/문과/독일 남부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이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 내 구인포지션 중 11% 정도가 영어 포지션이라고 한다. 그 포지션에 영어 구사가 가능한 독일어 원어민, 영어 원어민 이민자 등이 지원하는 걸 감안하면 우리가 타깃 할 수 있는 포지션은 더 적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경우와 주변을 봤을 때 불가능은 또 아니다. 다만 좀 더 오래 걸리고, 좀 더 많이 지원해야 하는 것 같다. 같은 석사를 공부한 친구 중 독일어 원어민/영어구사자 들은 구직 3개월-6개월 정도만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반면 비 독일어 구사자/영어도 외국어로 구사하는 친구들은 6개월-12개월 정도가 걸렸다. 

영어가 조금 더 중요하다고 강조를 한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영어를 못하는 동료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인/비독일인 동료들을 모두 통틀어서 생각했을 때, 독일어 비 구사자는 봤지만 영어 비 구사자 동료는 본 적이 없다. 독일어를 잘하는 외국인 동료 중에서도 종종 처음에 구직은 영어로 했고, 이후 독일어를 배웠다는 경우는 종종 들어봤지만 그 반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때문에 외국인 구직자로서 다국적 기업을 목표한다면 영어, 어느 기업이든 빠른 구직을 목표로 한다면 독어가 구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4. 네트워킹 Vitamin B 혹은 평판 ★ ★ ★ 

독일에서 네트워킹, 비타민 B를 통해 구직했다는 이야기를 꽤 흔하게 들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Vitamin B는 당연히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취업이 되는 것이었다. 차라리 5. 취업 시작일이 구직에는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평판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다. 워킹스튜던트를 했던 팀의 매니저는 정말 고맙게도 나를 많이 인정했고, 알렸다. 직접 만나본 적 없는 부서 내 디렉터급들이 그저 워킹스튜던트인 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너무 괜찮은 워킹스튜던트를 찾았다며 당시 매니저가 디렉터 급 미팅이나 식사 자리에서 종종 자랑을 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팀에서 함께 일하던 팀원들이 팀을 떠나도 종종 커피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는 했는데, 그들을 통해서도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평판을 얻었던 것 같다. 덕분에 현재 직무 매니저도 레퍼런스 체크를 하기 이전부터 나에 대한 평판을 들은 적이 있었고, 채용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했다. 

그리고 Vitamin B로 면접을 기회를 몇 번 얻은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그 면접을 본 것 자체가 특혜가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다. 그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그 포지션 모두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그 포지션의 최종합격자는 아이러니하게도 1번을 제외하고 모두 회사 외부에서 지원했던 사람들이었다. 즉, 비타민B 없이 지원한 사람들이 비타민B를 갖고 지원한 사람을 제치고 최종합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비타민B 없이 커리어 포탈에서 지원해서 구직을 한 경우를 종종 봤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비타민B 네트워킹, 평판이 구직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결정적이라고 하진 못할 것 같다. 

5. 취업 시작일 ★ ★ ★   

독일에서는 전 회사를 퇴사하는데 보통 3개월 정도 통지 기간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포지션 입사할 때도 3개월 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게 독일 매니저들이 빠른 입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지원자들의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다음 달 바로 입사 가능한 지원자 vs. 3개월 후 가능한 지원자가 있다고 한다면, 채용담당자는 누구를 더 선호할까?

이 부분 때문에 불합격이 된 적도 두 번 정도 있었다. 한 번은, 나는 4개월 정도 후 조인이 가능했는데, 전임자가 이미 떠나서 바로 합류할 수 있는 후임을 찾던 포지션이었다. 결국 바로 입사할 수 있다는 지원자가 채용이 됐었다. 그 동료도 non-EU 출신이다. 빠르게 입사하기 위해서 취업비자를 신청하는 대신, 당시 갖고 있던 독일 대학 졸업자가 받는 18개월짜리 구직자 비자로 바로 입사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건 면접에서 빠짐없이 질문받았던 것이기도 하다. 언제 입사 가능한지, 현재 다니고 있는 곳의 퇴사 통지 일정, 워크퍼밋 여부 (혹은 워크퍼밋 신청상황)와 함께 답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실 독일 근로법상 사측에서 면접 동안 외국인 지원자에게 무슨 비자가 있는지 직접적으로 묻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들었다.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만큼 사측에 현실적으로 중요한 정보이다. 그러니 지원자가 해당 정보를 먼저 깔끔하고 긍정적으로 전달한다면 좋을 것 같다. 

 

계약서 서명 후 갔던 슬로바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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