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퇴사하고 독일/국내파 문과생 독일 취업

[독일 석사 후 취업] 00.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홍니버스 2024. 6. 3. 02:04

2023년 12월 첫째 날, 오후 내내 침대 속에서 울었다. 2024년 6월 둘째 날인 오늘까지도 아무도 모르게. 

4차 최종 면접까지 봤던 곳에서 불합격 했기 때문이었다. 100곳에 지원해 봐도 안되면 그때 실망하자고 생각하면서 다독여 왔던 마음이 무너졌다. 이미 지원서 수는 90번째 이후 세지 않은 지 한참이 되었다. 

4차 면접 전 매니저는 4차 HR 면접은 으례 형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워킹스튜던트로 근무해 온 회사 내부 지원이었고, 추천을 받았고, 매니저는 희망을 주었고, 이 면접은 최종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지친 마음이 동요하기에 이보다 이유가 더 필요하진 않았다. 설레었다. 

그런데, 연락을 준다고 했던 날이 이미 지났다. "바빠서 그렇겠지" 라며 올라오는 불안을 애써 눌렀다. 하지만 지원서 포탈의 지원 상태는 이미 "불합격" 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그 글자를 보고 침대속으로 도망쳤다. 세상에서 숨고 싶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오도카니 앉아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한 번 터진 눈물은 좀체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눌러온 불안과 서러움이 결국 폭발했다. 그날 오후 내내 얼굴이 빨개지고, 코가 막혀서, 두통이 생기도록 엉엉 울었다. 그 때 지난 4년의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미래에 결과를 낼 수 있을지조차 가늠도 안되었다. 

한편 스스로 온갖 트집을 잡았다; 더 잘 했어야 했는데. 더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했어야 했어. 더 똑똑하게 처신하고. 더 열심히 네트워킹 했어야지. 

그런데 아무리 지난 4년을 되돌이켜 생각해 봐도,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을만한 순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맹세코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서 살아왔다. 그 노력의 끝에는, 이곳의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그런데 이곳에 내가 설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 독일어를 못하는, 경영학과, 독일에서 인정조차 못 받는 6년 경력을 가진, 동양인 여성 이민자로서.

그날 저녁 남편에게 말했다. 

"2024년 5월 석사 졸업할 때까지 취업 안되면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더 이상 여기서 살 자신이 없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