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10629 코시국, 독일 입국 완료

홍니버스 2021. 7. 1.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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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에 필요할만한 서류들은 코로나 검사 결과지 빼고는 6월 중순 전에 미리 챙겨놨었다.


1. 비자 - 9월 시작하는 임시 학생 비자 주한 독일대사관에서 발급

2. 학교 합격통지서 - 합격통지서, 수업 필수 참가서 프린트 

3. 독일 연방 경찰 이메일 - 경우에 따라 입국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받은 이메일 프린트

4.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서 - 신속항원검사로 독일시간 기준 입국 24시간 전 검사, 6월 초 예약

5. 장거리 커플 초청 서류 - 혹시 너무 일찍 입국한다고 트집 잡을 때 대비해서 준비 (독일인과 장거리 커플임을 증명할 수 있는 외국인 파트너는 90일 동안 무비자 방문이 가능함)

6. 기타 신상 관련 문서 - 주민등록초본, 등본, 출입국 사실 증명서 


입국 직전 며칠은 지나가는 감정들을 흘려버리면서 지냈다. 

다가오는 새로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서 딱히 두려운 것도 없고, 어떻게든 부딪히면 될 거라고 생각해왔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나이 듦과 경조사를 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처음엔 억누르려고 해 봤었는데, 당연한 것 같다. 부모님이 아플까봐 마음이 쓰이는 것, 친구들이 행복하거나 힘들 때 나누고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쉬운 사람이 어딨을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서운하고 슬픈 건 당연한 거고, 이마저도 지나갈 것이고,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나니 차라리 견딜만해졌다. 

6월 28일 월요일, 출국 하루 전 코로나 테스트를 먼저 받았다. 

오전에 아파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날까지 운동하려고 필라테스 예약해놨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 언제 돌아와서 먹게 될지 모르는 한식,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났다. LG유플러스 알뜰폰으로 한 달에 3200원 정도를 내면서 한국 번호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개통이 되지 않아서 해결하다가 출발시간이 늦어졌다. 허겁지겁 짐을 가방에 욱여넣어 닫고 나온 것 같다. 언제든 늦어도 내년 안에는 다시 돌아올 곳이지만, 발걸음 떼기가 서운했다. 

운서역 근처 호(모) 텔에 들러 짐을 놓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지하철 시간이 늦어졌다. 결국 30kg가 되는 짐을 다 들고 인천공항 터미널 2에 있는 코로나 검사 센터에 갔다. 예약은 6월 초 거의 한 달 전에 해놨었다. 신속항원검사 Antigen으로 예약해서,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해봤다! 콧구멍이 순간 시큰하고 눈물이 찔끔 나는 동시에 끝났고 40분쯤 후 음성 Negative 판정서를 받았다. 이제 진짜 서류 준비가 끝났다. 

예약해둔 숙소로 돌아와서 온라인 체크인까지 미리 해두기, 코로나 시국이라 필수로 해야 한다는데 루프트한자 말고 다른 항공사도 다 그런지 모르겠다. 

6월 29일 화요일, 루프트한자 직항을 타고 독일에 왔다. 

전날 설렘인지 걱정인지 모르겠지만 도통 잠이 안 와서 1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 예약한 호(모)텔이 공항에서 꽤 멀어서,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춰 놨는데 5시 59분에 눈이 떠졌다.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서 알람을 끄고, 나갈 준비를 했다.  간단한 아침으로 김밥도 먹고 출발 3시간 전 공항에 도착했다. 

수화물 무게는 다이소에서 산 수화물 무게 측정기로 잰 거랑 거의 똑같이 나왔다! 이 수화물 무게 측정기 평 안 좋던데 쓸만한데? 수화물 맡길 때 체크인 카운터에서 미리 왜 가는지, 관련 서류, 왜 일찍 가는지 등을 물어봤다. 진짜 입국심사보다 까다롭게 물어봐주셔서 덕분에 입국심사를 심리적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창구에서 환전 신청해둔 유로를 찾고, 보안 검색대로 갔더니 한산했다. 보안 검색대에선 백팩에 노트북, 태블릿 PC 다 꺼내야 했다. 예전에도 그랬나? 마지막 출국한 게 1년 반 전이어서 영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보안 검색과 자동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나니 오전 8시 14분, 비행까지 2시간이나 남았다. 

게이트까지 설렁설렁 가서 라테 한 잔 마시면서 친구들이랑 카톡 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미리 다운로드하여놓고 하다 보니 2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생각보다 비행할 때 승객이 많았다.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쪽은 거의 다 찼고, 이코노미는 2자리 건너 1명 앉는 식으로 거의 다 찼다. 기내식이 생각보다 별로여서 깜짝 놀랐다. 그동안 다른 나라 국적기 탔을 때는 너무 좋아서 (특히 캐세이 퍼시픽!) 이번에도 그러려나 했는데... 아무래도 승객이 줄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만, 놀라운 퀄리티의 파스타였다. 샌드위치가 나았다. 비행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넷플릭스에서 퀸즈 갬빗, 미스터 선샤인, 그레이트 뉴스 등 골고루 시리즈 보고, 두어 번 자고, 두어번 밥 먹으니 독일이란다. 

이상하게 나는 입국심사가 걱정이 하나도 안 됐다. 준비된 사람들도 케바케의 나라 독일이라 걱정을 어느 정도는 하는데, 난 생각이 없었다. 근데 그대로 통과됐다. 입국심사관이 1. 왜 왔니? 해서 공부하러 왔어, 하고 합격증을 보여줬고 2. 코로나 검사했니? 해서 당연하지, 하고 음성 판정서 보여줬다. 그랬더니 입국시켜줬다. 어엉???

수화물도 문제없이 나왔고, 다만 올 때마다 Exit을 향하는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만 쏙 빼내는 세관 검사관(?) 이 얄미웠다. 또 걸렸다. 공부하러 왔다니까 지금 왔다고? 10월 학기 시작인데? 하고 말하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입국심사에서도 안 물어본걸 왜 여기서 트집인지? 씅이 나서, 어!!! (Ja?!) 했더니 옥게이 하고 보내줬다. 나와서 1년 반 만에 만나자마자 남자 친구에겐 공항 와이파이 안됨!! Zoll 짜증 나! 하고 컴플레인.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는 것, 또 다른 사랑하는 사람과 맞춰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2가지를 제일 걱정하다 보니 어쩌다 보니 입국 완료한 이야기. 어제부터 독일에서 살고 있다. 

독일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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