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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정한 계획은 독일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것이었다.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1주일 정도 만에 발급받을 수 있다. 독일 내에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 풀타임 3개월 or (2) 파트타임 (주 20시간) 미니잡 6개월까지 근무가 가능하고, 월급은 450유로 선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다만, 현지에서는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세금을 내는 등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가 다르므로 고용주와 협의가 필요하다.
지역에 다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독일 월세는 400~600유로 정도 이기 때문에, 월급 450유로 미니잡 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부족하다. 또한 미니 잡은 정말 단순한 업무인 경우가 많고, 독일어가 부족하면 미니잡 구하기 제약이 있다.
이 부분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할 때, 독일은 앞선 후보 국가 (영국, 호주, 아일랜드, 독일) 중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은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풀타임 잡을 계약 해서 취업비자로 바로 이직을 할 수는 없을까? 하며 워킹홀리데이라는 방법 외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석사를 하는 건 어때? 원래 석사 하고 싶어 했잖아. 독일에선 석사도 학비 면제야.
A가 이 말을 했을 때 나는 그건 네가 로컬이어서 그런 거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해외생활과 별개로 나는 석사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석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1억 정도의 엄청난 학비였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그런 건 내 옵션엔 없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A의 중국인 친구가 뮌헨공대에서 2019년부터 석사로 공부하고 있는데 TUM 같은 독일 공립대에서 학비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친구는 워킹 스튜던트라는 기업에서 학/석사 학생을 채용하는 제도로 매주 20시간씩 일하고 있고, 한 달에 700~800유로 정도 되는 돈을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덴 뷔르텐부르크 Baden Württemberg 는 Non-EU 학생에겐 학기당 1,500 유로 (한화 약 202만원) 학비를 받고 있다.
A는 독일에서는 학사를 했다면 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로 네가 독일에서 글로벌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고, 해외에서 공부도 해보고 싶다면, 석사를 하는 게 커리어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나는 자기 계발에 대해서도 커리어에 대해서도 욕심이 많다. 만약 내가 독일에 그와 함께 하기 위해서 지금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미니 잡을 한다면, 그 나름대로 행복은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A 도 알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해외에서 장기 체류를 해본 적도 없고, 외국어로 대학 과정을 공부해본 적도 없다. 아니, 외국어를 정식 코스에 따라 배운 것도 대한민국 정규 교육과정과 취업을 위한 어학 시험 (TOEIC, OPIC) 같은 것 밖에 없는 걸. 그런 내가 석사를 영어로 하면서, 독일어를 배우면서, 워킹 스튜던트로 일하면서, 코딩 공부를 하며, 살겠다고? 지금 막 이직을 했는데,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면서 석사 유학 준비를 병행하겠다고? 재밌겠네.
나는 늘 내 한계가 궁금하다. 얼마나 더 운동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생활비를 아낄 수 있을까? 얼마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 혼자서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로 공부할 수 있을까? 등. 그중 하나는 여러 가지를 성공적으로 멀티태스킹 하는 것도 포함이다. 내가 가진 자원 투입은 최대한 줄이면서, 결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포함이다. 그런데 1억 같은 학비를 들일 일도 없이,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내 능력과 커리어를 개발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니, 이거야 말로 내 한계를 테스트하고, 시야를 넓히고,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석사공부에 대한 관심, 글로벌 커리어 욕심, 합리적인 비용을 이유로,
2020년 3월 독일 석사 유학을 결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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