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20330 독일 석사 취업 준비: 첫 서류 탈락

홍니버스 2022. 3. 3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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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류를 업데이트해서 워킹 스튜던트와 인턴 자리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4곳을 지원했는데 벌써 2곳을 빛의 속도로 (지원 하루 만에) 탈락했다. 처음 지원한 곳은 100% 지원요건이 매칭 되진 않아서 그러려니 했는데, 두 번째 지원한 곳은 지원요건을 다 충족하는데 2일 만에 서탈하다니 허무했다. 적어도 면접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만/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시간? 잠깐 기분이 다운되었다가, 툴툴, 산책에서 털어버리고 왔다. 음악 없이 조용하게 산책하면서 2016년에 취업 준비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가져보기로 했다. 

2016년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취업준비를 시작했을 때 나는 다소 자신감에 차있었다. 소위 명문대는 아니어도, 이름대면 알만한 대학교의 상경계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고, 아직 어렸고, 풀타임 경력도 이미 2년 가까이 있었으며, 영어도 (지금 수준에서 보면 부족하지만) 안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당시 데이터 분석이 한창 뜨기 시작했는데, 데이터 분석 자격증도 있었으니 뭐 취업은 길어야 반년 안에 할 거야,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기대와 달리 반년동안 30여 곳 지원 끝에 내키지 않은 중소기업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때서야 아차 싶어서,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동네 도서관으로 출근 도장 찍어가며, 여름에는 인턴 하고, 인적성 공부해서, 하반기 공채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12월 최종면접 4개가 우수수 광탈했다. 정말 지금 돌아봐도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취업 준비 시기였는데, 그렇게 너무 힘들고 속상하고 많이 울면서 1년을 보냈다. 요즘의 취업준비는 심지어 더 힘들다고 하니, 감히 상상이 안된다. 

아무튼. 그 다음해 1월 에이 모르겠다, 하고 되는대로 지원서를 정말 남발해서 넣었다. 거의 1월 한 달 동안만 20곳? 자소서 복붙 하지 말라고 하지만, 대기업 아닌 이상에는 큰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외국계/중소기업 복붙 한 거 양으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기대도 안 했던 곳에 합격을 해서 만 3년을 다녔다. 거기 지원할 때 정말로, 붙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지고 볶으며 그 회사에 다니게 될 줄도 몰랐다. 그런데 대충 넣은 서류에 면접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간 곳에서, 나의 직속 상사가 될 분을 보고 반해버렸다. 유머러스하시고. 일은 똑 부러지게 하시면서도, 겸손하고,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큰 언니 같은 분을 만났다. 그곳을 떠난 후에도 종종 연락하고 만나며 지내고, 지금도 가끔 지칠 때 그분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아니면 뭐라고 해주실까 생각하면 힘이 되는 롤모델 같은 분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상치도 못한 인연을 만나고 경력까지 쌓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했던 지원, 구직, 근무 경험이었다.

그 해를 지나면서 깨달은 건...

1. 비 일희일비 - 당시 30곳 떨어지고 힘들어할 때, 딱 70곳만 더 넣어보고 그래도 안되면 다 놓고 차라리 1주일 쉴 거다라고 생각했다. 100곳 채우기까지 비 일희일비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매 순간 탈락 소식에 땅굴을 파고 있었을 것.

2. 취업도 연애도 타이밍과 운빨 - 여러모로 취업과 연애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구직이나 썸에서 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입사하거나 사귄 후 초심 잃는 것처럼...? 좋은 비유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운빨이고 타이밍인 것도 많이 닮았다. 내가 공고에 있는 지원요건을 다 충족해도 탈락이 되고, 반쯤 만족해도 합격이 되고, 안 다닐 것 같았는데 막상 인터뷰 보니 괜찮아서 다녀오다 3년을 지내게 되고, 다니면 충성할 것 같았는데 면접에서 실망해서 붙어도 안 갈 거다 생각한 곳도 있고. 시시각각 겪어보며 마음이 변하고, 예측이 불가하고. 그러니. 탈락했다=내가 부족하다라고 생각해서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본인에게 워낙 박한 스타일이어서, 그렇지 않고서야 탈락 결과를 인정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오늘도, 이 탈락 소식에 좌절하지 말고 일단 100곳 꿋꿋하게 지원해보자고 마음먹는다. 6년 전 많이 울고 힘들었을 때, 스스로를 단단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 다짐들에 다시 한번 의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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